IT쪽에 일하는 사람은 딸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들을 흔히 들었었는데,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아들만 둘이다. 큰 아들은 1학년이고 둘째녀석은 6살인데, 이넘들의 독서열기는 좀 지나치다. 오죽하면 집사람이 아이들보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책 좀 그만보라는 말을 할 정도니까. (숙제를 하기 싫어한다. 책 보고 싶어서. .. OTL)
저녁때 몸이 하도 피곤해서 이젠 좀 잘까? 하고 아이들과 누워있는데, 애들이 책 좀 읽어달라고 한다. 그냥 너희들이 읽으라고 했더니, 큰 넘이 "아빠, 이 책은 내가 못 읽어요." 라고 하길래 책을 가져와 보라고 했더니... 어이쿠, 이건 영어책이다.
사실 어제 일때문에 만들었던 문서 중 한가지가 외국 문서를 참조하는 부분이 좀 있었서, 최소한 3시간 정도는 외국 문서를 참조한 터라 영어만 봐도 신경질이 나는 판에 영어책을 읽어달라고 하니, 귀찮았다. 더군다나 책 제목이 돌고래(Dolphin)인데,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지나 않을까하는 불길한 생각이... 돌고래에 대해서 뭘 알아야... -_-; 하지만 아이들 성화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, 한줄 읽고 한줄 해석하는 식이다.
애들이 보는 책이라서 사실 좀 우습게 봤는데, 내용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아기 돌고래가 태어날때의 길이와 출산할때 꼬리부터 나온다는 내용들이 나온다. 아~ 그리고 모르는 단어가 역시나 나온다. 어익후~
모르는 단어 리스트 : Flukes(꼬리지느러미), Fin(위 지느러미, 상어 연상하면 될 듯), Flippers(앞의 좌우 지느러미), Blowhole(돌고래의 머리 위 숨구멍)
모르는 단어들은 역시나 책 앞뒤 구문과 결정적으로 애들책이라 그런지 그림이 많아서 사전을 찾을 필요가 없이 해석이 된다.(아~ 정말 다행이다. ㅡ.ㅜ)
책을 읽다가 보니, 돌고래는 집단 생활을 하고 그룹을 지어 생활하는데, 그것을 "POD"라고 부른다(A group of dolphins is called a pod). 이 부분을 읽어주다가 난 정말 깜짝놀랐다.
우리가 애플의 아이팟을 쓰고, 팟케스트라는 단어를 쓰는데, 사실 난 창피하지만, 아이팟이 그냥 상표이름으로 알았지 의미가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. 아이팟이라고 하면 Internet pod 정도로 해석하는게 맞을 것 같다. MP3 플레이어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지만,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플레이어는 사실상 애플의 아이팟인데... 우리나라는 이것을 기술로 해석을 하고 충실하게 MP3 플레이어를 만들었지만,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이 기술을 아이팟이라는 이름을 붙이고, 무리 또는 개인간의 Communication을 의미하는 ipod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 아닐까? 난 이책을 읽고나서야 팟케스트가 우연히 나온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.
바로 이게 기술을 기술로만 이해하려는 사람과 기술을 철학과 비지니스와 결합시키는 노력을 하는 사람과의 차이점 아닐까 싶다.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자 했을떄, 스티브잡스는 이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았고, 제품이 많이 팔리기 위해 주목받기 위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, 무엇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ipod이라는 제품명을 선택했다.
다시 책으로 돌아와서... 아기 돌고래가 상어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(아, 이 책은 정말이지 기승전결과 클라이맥스가 뚜렸한, 훌룡한 plot을 가진 책이다), 이때 아빠 돌고래들이 스스로가 잡혀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아기 돌고래를 구하기 위해 상어를 공격(!!!)하는 내용이 나온다. 결국 무리를 지어 상어를 공격한 결과로 아기 돌고래는 약간의 상처만 입고 무사히 위기를 벗어난다. 갑자기 내 가슴 한편이 찡해져온다...
바로 이때, 내 둘째 아들이 나에게 이야기 한다.
"아빠는 도망갈꺼지??? 그치???"
아~ 이제 부터는 애들앞에서 이미지 메이킹도 좀 하고, 올바르게 사는 모습을 좀 보여주어야 할 듯 싶다. 짭짭...